우울한 이야기 1...소나무야,소나무야....
연전에 중견산악인인 이규태씨와 잠간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수년간 무모한(?) 릿지산악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세레토레 릿지등반학교를 열고 있고,
작년에 전국의 릿지 등반코스길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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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코오롱 등산학교 강사들의 릿지등반 가이드북이고, 우측은 이규태씨 혼자서 만들어낸 책입니다.
'등반이론' 파트는 둘다 그만그만한 수준이라 우열을 논할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릿지길 소개는 이규태씨의 책이 훨씬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게 중평인 듯 합니다.
이 책의 발간 보고회 자리에서 이규태씨에게 여쭈기를.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릿지길을 다녔을 텐데, 확보물에 있어서 선생의 견해는 어떠한지요?
확보물은 크게 암각, 나무 등 자연확보물과 볼트등 인공확보물로 나뉩니다. 암각이 좋을 때야 물론 암각에 슬링을 걸면 좋지만, 듬직한 나무를 만났을 때 어떤게 좋을까요?
나무에 슬링을 거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나무를 위해 볼트를 박는게 좋을까요?
이규태씨가 대답하기를.
- 책을 쓰기 위해 전국의 릿지길을 다니면서 사실 그부분을 상당히 고심했다.
수많은 길에서 나무에 슬링을 칭칭 감거나 하는데, 개인적인 견해는 볼트를 박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답변에 이어 어떤 중견 산악인들이 반박하기를,
산악인 1 - 나무는 예상외로 빨리 자란다. 나무보호를 위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산악인 2 - 볼트를 박는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볼트는 자연훼손하니 가급적 박지 않아야 한다.)
과연 어느것이 바람직할까요?
저는 '소나무 대신에 볼트를."입장입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
미국의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전세계 등산가들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마운티니어링(Mountaineering)과
한국의 유수의 등산교재들은 하강 포인트 설치나 확보물 설치에 있어서 입을 맞춘다.
확보물은 나무나 암각등 자연확보물과 볼트 등의 인공확보물로 나눌 수 있다.
최고의 자연확보물은 뿌리가 굳건히 박힌 큰 나무나 암각이다.....
이런 것들이 없을 경우에 한하여 인공확보물을 설치해야 한다.......
나무를 확보물로 결정했을 때, 나무가 뽑히거나 부르지지 않을까 고민해야 한다..
나무가 뽑히거나 부르지면 클라이머도 다치지만, 애꿎은 나무도 죽습니다.

어느 대학 산악부에서 모셔온 귀중한^^ 사진입니다. 1976년 5월이라고 적혀 있네요.
퀴즈 : 이곳은 어디일까요?
도봉산 선인봉을 한번만이라도 가본적이 있으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나면 깜짝 놀랄 일입니다.
한국의 바윗길은 사실 어디라 할 것 없이 시장바닥입니다. 길이 닳고 닳도록 일년내내 쉴틈없이 찾습니다.
바위공급은 적은데, 바위의 수요는 기하 급수적이니까요.
70년대는 그러하지 않았다고 하죠. 인수봉에 매달린 사람이 빨간 양발을 신었으면 개똥인줄 다 알정도였다죠.
지금도 미국 클라이밍 사진을 보면 인수봉 만한 바위에 기껏 한두명 매달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70년대 한국 상황이나, 작금의 미국 상황과 동일시 하면 안됩니다.
한놈만 띄엄띄엄 매달리는 나무는 숨 쉴 수 있지만, 주야장창 떼거지로 매달리면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연확보물은 뭉뚱그려서 나무와 암각이 있다고 하는데, 엄격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무처럼 생명있는 확보물과 암각처럼 무생명 확보물로 말이죠. 생명있는 확보물에는 가급적 확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볼트는 바위에 상처를 줄지 모르지만, 그 바위의 상처가 나무같은 생명체에게 주는 상처만 하겠어요.
필요하다면, 바위에 볼트를 필요한 만큼 박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볼트는 녹슬거나 사라지죠.
나무가 사라지는 바위는 '낙지대가리'가 됩니다.

1970년 5월에 찍힌 소나무가 있는 곳은 바로 그 유명한 박쥐길 테라스 입니다.
이 소나무에 슬링 두르고 하강을 하다보니, 처음에 한둘이 등반할 때는 버티었지만 결국.... 지금은 사라졌죠.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사라졌습니다. 지금 이곳은 그냥 그렇고 그런 넓직한 테라스입니다.
지금도 이곳에 소나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나무 그늘이나 소나무 향기 그윽하고...
산행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옛날이라 그시절 클라이머들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야영장에서 나무때서 밥을 해먹고, 도봉산자락의 절에서도 주변의 나무를 베서 불을 때든 시절이라..
지금이라면 어떨까요? 어림도 없을까요? 박쥐길 테라스의 소나무는 살아 남을까요?

2007년 9월 우리나라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어느 산악잡지의 중견기자의 중견산악인 탐방취재기에 실린 사진입니다. 슬링이 이리저리 산발한 머리처럼 둘러쳐진 여기가 어디일까요?
바로 박쥐길 날개 위의 소나무입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같은 개명한 21세기에도 박쥐길 테라스 소나무는 죽었을 겁니다.

도봉산 선인봉 박쥐길 소나무처럼, 역시 우람한 노적봉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위로 있는 돌출바위가 코바위죠.
그 좌우측으로 뫼우리길1,2 반도길1,2등등이 있습니다. 그 길들을 오를려면 저 소나무를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어떨까요?

이런 상황입니다. 슬링이 칭칭 감겨있고.
어떤 사람은 온몸으로 매달린 채 후등자 확보를 보고 있고...
소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건 소나무 그늘과 소나무 향기이지 벌거벗은 몸뚱아리가 아닙니다.
지금은 이십일세기입니다.
이 소나무 옆에 볼트 두개만 박고, 알림글 - 소나무에 매달리지 맙시다 - 만 붙여놓으면 다들 이해하고
동조해줄 클라이머들입니다.

강원도 어느 최근에 개척된 릿지길입니다. 릿지길은 어디라 할 것없이 주말마다 정체를 벌이죠.
한눈에 보아도 든든한 확보물입니다. 그러나 이 확보물은 살아있습니다.
자꾸 들쑤시다보면 불은 꺼지고 나무는 시들게 됩니다.
저 옆에 볼트 두개 박고서 개척발표회를 할 일입니다.

화천 용화산입니다.

미국의 어느 바윗길입니다.
저네들은 찾는 사람들이 덜하니 한결 낫겠죠.

미국 조지아 주의 lost wall 이라는 길에서 하강하는 장면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 나무가 반들반들하네요.
이 또한 mountaineering의 가르침을 따른 결과입니다.

노적봉의 인기있는 릿지길인 '즐거운 편지길' 2피치입니다. 확보지점이 저위 소나무 사이에 쌍볼트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치가 애매해서 소나무가 빌붙어 사는 흙들을 없애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확보보는 분 등쪽에 볼트 두개를 박았다면 소나무가 개척자에게 감사를 더 드리겠죠.

릿지길뿐 아니라 우리나라 클라이머의 모암인 인수봉 바윗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낙지대가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수봉의 인수b길이나 아미동길.크로니길 등등 대슬랩 오른쪽의 길들을 한번이라도 가본 분들은 다들 아실
소나무입니다. '믿음직한' 소나무에 확보를 하고 빌레이를 보다보니 소나무가 반들반들합니다.
뿌리는 헐벗고...믿음직한 소나무는 죽을 맛입니다.
그 위로 크랙...푸나무가 가득했던 곳입니다.
푸나무가 움켜쥐고 있던 흙들이 쓸려 내려가 텅비다보니
어느하시절에 바위가 닳아 모래가 쌓이고 그래서 어느하시절에 다시풀씨가 날라들어 나무싹을 튀우고
그 나무가 다시 소나무가 되고 그럴까요.

이곳은 아미동길 인수비길 검악길 생공사길 등등이 나뉘는 곳입니다.
볼트하고 나무가 너무 근접해서 박혀있어서 나무가 힘들죠. 언젠가는 박쥐길 테라스 소나무의 전철을 밟겠죠.

지금은 그냥 크랙입니다.
크로니길의 멋있는 크랙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척당시 톱을 들고 나무를 배고, 크랙의 흙들을 긁어냈죠.
오늘날 요세미티의 개척 룰 중의 하나 - 크랙의 흙을 파내지 마라. 가 있습니다.
이 크랙이 우리는 그냥 하루 놀고마는 자리이지만, 푸나무에겐 목숨줄이 있는 살림터입니다.
뭐 그게 중요하냐 하겠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나무한그루 있는게 우리에게도 얼마나 좋은가요.
나무도 살리고 우리도 재미있을 방법이 없다면야 크랙을 파내도 좋지만, 있다면....

한국 클라이머의 모암인 인수봉의 오아시스 장면입니다. 일년에 수만명^^이 찾는 곳이죠.
올해 이곳 나무들에게 수액을 주는 행사를 하였나 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곧 이곳도 낙지대가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인수봉의 그 유명한 취나드b 길 도중의 소나무입니다.

보시다시피 나무는 뺀질뺀질해지고 있습니다. 곧 낙지대가리가 되겠죠.

서울시 산악구조대에서 정력적으로 하고 있는 일중에 인수선인 노후볼트 교체작업이 있습니다. 클라이머들의 안전을 위해서이겠죠. Sunday클라이머들은 이런일을 할 시간이 없죠.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네들이 2006년 가을에 벌인 또하나의 일. 인수봉 우정A길의 고사목 제거 현장입니다.
이 역시 클라이머들의 안전을 위해서일겁니다.

마치 영웅의 유해같은 고사목이 자일에 묶여 하강되고 있네요.
주변의 수많은 살아있는 나무들의 눈물을 받으면서...
이왕이면 이 나무를 현장에 놓아두면 어떨까요? 제거하면 안전해지겠지만 알림판 글과 함께 놓아두면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겠죠.
나무가 있어나 마나 그게 그거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종로한복판의 나무가 의미가 있다고 하면, 이는 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가 꼭 없어져야 우리에게 오름길이 된다고 하면 어쩔수 없겠지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청죽산악회에서 2003년 인수봉 심우길에 있는 주목살리기를 했습니다.
산악잡지에도 실릴만큼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죠.
산악회 홈피와 월간산지의 기사를 모아보았습니다.

심우길 상단에 있는 주목나무. 붉은 색깔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힘겹게 버티어 있죠.

심권식씨는 이제 그에게 모암(母岩)이나 다름없는 북한산 인수봉의 자연을 보호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수봉 심우길 등반 중 밑둥이 들떠 있는 주목을 보곤 가슴이 아팠다. 암벽등반을 시작할 무렵인 80년대 초에는 바위틈에서 사는 나무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확보용이나 하강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폭우로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철제물은 하나에 5kg 7개는 35kg 이것을 지고 올라왔다고 하네요.
“흙을 홀백에 담아 끌어올리느라 회원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1톤은 올렸으니까요. 오아시스 지역도 나무 살리기 작업을 하고 싶은데 지역이 워낙 방대해 저희 산악회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인공시설물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산악인들이 너무 많아 여력이 있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보강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난 뒤에도 후배 산악인들이 인수봉을 오를 때 지금과 똑같이 푸른 나무를 볼 수 있어야하고, 그럴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들의 의무니까요.”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나무에 슬링을 칭칭 감고 확보를 하거나 하강을 하거나..나무에 기대거나 발로 밟는건
기본적으로 그 길을 가고 있는 클라이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sunday 하루 노는 클라이머들에겐 이것저것 신경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앞장서서 해야 할까요?
시상식에서나, 뭔가 일을 벌인다고 산악잡지에서 기고를 할 때 우리의 중견산악인들이 한결같이 내뱉는 말?
'산에서 배운 것을 후배에게 베풀겠다는 것'입니다.
후배에게 베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나무에게 베풀어 주시길...
아니 그들은 나무에게 갚아야 할 거룩한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무가 제일 좋은 확보물'이라고 가르쳐 왔으니까요.
그들의 잘못입니다.
그때는 잘못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이렇게 가르치면 안됩니다. 무지는 죄입니다.

등반하다가 지 살만큼 살다가 가는 나무를 보는 즐거움.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이곳에 푸르게 .....<--- 소나무야 소나무야 한때는 여기에 있었던.,,,,,,
생명이니 환경이니 하는 21세기에 걸맞는 산악문화가 마치 나무처럼 뿌리내리길..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여론주도층인 그들이 나서야 합니다.
잘못을 뉘우쳐야 합니다.
볼트는?
볼트를 적게 박아야 하니 마니 하는 소위 볼트에 관한 윤리는
당신들의 당신들을 위한 당신들에 의한 윤리일뿐이다.
필요하다면 (If Nessary) , 필요한 만큼(As needed) 박아라.
그정도 생채기로는 나는 끄떡없다. 크랙에 있는 친구들과 오래토록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 바위의 대갈입니다.

1973년 한국산악회 사진입니다.
그때는 소나무가 박쥐길 테라스에 의연하게 있었네요.
그때 그들은 보았겠죠. 무심히...
그러나 우리는 아예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미안하다.
http://cafe.daum.net/chongjook 암장개척기 란에 들어가시면 ...
http://san.chosun.com/site/dat ··· .html
ㅁㅁㅁㅁㅁㅁㅁ
'선데이 서울'에서 보던 익숙한 문구 - '사진속 인물은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결례가 될까봐 관련사진을 이왕이면 흐릿한 사진을 힘겹게^^ 찾아서 올렸습니다. 혹시라도 본인임을 확인하시더라도 기사와 관계없으니 널리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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