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크랙에 관한 단상 : 삶의 틈과 틈의 삶

'상대방의 빈틈을 치고 들어가서....'
'무릎과 무릎 사이'
'그에겐 헛점이 너무 많다.'
'공간 space을 이용해라.'
'갭gap이 너무 커'
'도저히 그렇게 할 겨를이 없다.'
짬, 찬스, 기회, 여분, 바람등등을 뜻하는 등반용어가 크랙(crack)입니다..~~~

등반용어집에는 크랙(crack) : 바위의 갈라진곳.이라고 간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뜻만으로도 우리는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크랙은 우리를 저위의 세계로 올려주는 바위의 '틈'입니다.
크랙은 바위가 자기 몸을 열어주어 우리를 허락하는 '유혹의 공간'입니다."에서처럼
단순히 '크랙'이라는 말을 아는 걸로 우리의 관심을 끝내기엔 아쉬운, 많은 울림이 있는 언어입니다.
그래서 '크랙'에 관한 말의 흔적을 찾아 보았습니다.

아래 글은 문학과 사회 (2005년 봄호-문학과 지성사)에 실린 <삶의 틈과 틈의 삶-김기택론>(최현식)의 글 중간중간
"틈의 미학"에 관한 문장들을 옮겨 옵니다.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든 것이다.
       (......)
       어떤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체는
       사실은 한 줄기 가냘픈 허공이다
       하릴없이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나약한 힘이다
       이 힘이 어디에든 스미듯 들어가면
       튼튼한 것들은 모두 금이 간다 갈라진다 무너진다
       튼튼한 것들은 결국 없어지고
       갸날프고 나약한 허공만 끝끝내 남는다
                  - <틈부분> (바늘구멍속의 폭풍-김기택 : 문학과 지성사 )


ㅁ '틈'은 자기가 태어난 '튼튼한 것들'을 파괴해서가 아니라 파과를 통해
"갸날프고 나약한" 힘-허공을 전면화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다.
따라서 틈은 궁극적으로 해체술이 아니라 건축술이다.

ㅁ 무용함의 유용함, 결여된 것의 충만함이란 역설은 '틈'의 가치이자 힘이다.

ㅁ '튼튼한 것들'에 '숨쉬고 돌아다닐 길' 즉 '틈'내기의 어려움.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틈'은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으로 더욱 가시화되는지도 모른다.

ㅁ '바람'이 그렇지만, '틈' 역시 의미의 양면성과 복합성을 두루 내포하는 우리말 가운데 하나이다.
틈은 어떤 동사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환기하는 의미의 긍.부정성이 결정된다.
가령 '틈이 벌어지다'에서 틈은 뭔가 꽉 짜여진 것에 생기는 균열,
곧 결합의 허술함이나 관계의 갈라짐을 지시한다.
그에 반해, '틈을 내다'에서 틈은 꽉 짜여진 것에 일부러 균열을 가함으로써 생기는 어떤 융통성과 시공간을 의미한다.

ㅁ 틈의 건축술은 자기가 부순 '튼튼함'을 전유하지 않고
'하릴없이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과거의 사업을 미래화한다.

ㅁ 틈의 상상력은 시의 자기 동일성을 확보해 가는 '길'이자 세계를 향해
그것의 가치와 힘을 널리 알리는 '장'이라는 또다른 진실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ㅁ '틈'의 현실화 가능성이 꽉 막힌 세계 속에서 그 '틈'을 재탈환하는 방식으로서
'기이한 은총'을 보려는 김기택의 의지는 '나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현상된다.

     콘크리트 갈라진 틈에서도 솟아나고 있는
     저 저돌적인 고요
     단단하고 건조한 것들에게 옮겨 붙고 있는
     저 촉촉한 불길
                 - 초록이 새상을 덮는다

ㅁ '튼튼한 것들'의 행패에 대한 부정보다는 '틈'의 기원과 내력의 역사화와 현재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튼튼한 것들'이 지배하는 현재를 견디고, 부재하는 본질의 순간적 포착을 통해 '틈'의 가능성을 되살리기 위한 언어적 투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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