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기(記) 용어 사전 1 : ...잠
등산동호인이 자그마치 천만을 헤아리는 한국 산악계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등산백과 사전입니다.
사전은 해당 분야의 토대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긴 한데, 현재 꼭 필요하냐 하면 그게 아닐 듯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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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예컨대 번역을 할경우라면 이 두개의 등산용어사전이면 대충 될 듯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클라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거라기보다는....
한국의 산악계의 불문의 관습은 고산등반을 다녀오면 '장문의 보고문(원정기)'을 작성하는 거라고 하죠.
보고문이라고 해서 Dry 하게 쓴다고 하더라도 산행기를 쓰는건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까운 조선시대와는 달리 대한민국 교육은 글을 쓰는 훈련을 잘 안시키니까요.

김병준씨가 쓴 'K2, 죽음을 부르는 산' 역시 원정 보고문이지만, 널리 사랑을 받는 이유중 하나가 높은 문학성이라고 하죠.
재미있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굳이 거창하게 원정대에 한정된 일이 아닙니다.

클라이밍이 다른 레져와 다른 걸 하나 들라고 하면, 바로 각급 산악회의 홈페이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기존산악회건 인터넷 동호회건 '산행기' 코너가 있다는 거죠. 산행기를 쓰는 건 산악계의 고유의 문화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한국산악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연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첫바위의 설렘이나 두려움, 파트너와의 유쾌한 대화, 설악산릿지에서 마주하는 숨막히는 풍경을 글로 옮기고 싶고, 옮기려 할때
애닯은^^ 안타까움은 저뿐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여, 우리가 등산기를 쓸 때 필요한 용어들을 조금씩 모아보는 것도 작은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새해에는 그래서 등산기(記) 용어 사전이라는 타이틀로 모아볼까 합니다.
그렇다고 글의 흐름을 깰정도로 낯설어진 우리말, 생경한 단어는 자의적으로^^ 배제하고요.
그 처음으로 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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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을 가서 생기는 문제 중의 하나가 아마도 '잠'일 것입니다.
특히 8000미터에서 비박을 할 때는 밤새도록 깨어있어야 한다는 고통에 시달린다죠. '생지옥'이라고도 할정도로. 자면 얼어 죽는다던가..
그런 '잠'을 두고서 기껏해서 '잠을 설쳤다. '잠을 푹잤다.'로 끝낸다고 하면 글맛이 아무래도 살아나지 않을듯.
따라서 잠과 관련된 단어를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이는 비단 고산등반뿐 아니라, 흔히 밤늦게 달려가 산발치에서 선잠을 자기 쉽상인 설악산 등반기를 쓸 때도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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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카라비너 구(丘)에 관한 잡설...http://www.re-rock.com/1401 에서, 중매로 만나 첫날밤을 버티는^^ 부부를 두고서 북(北)이라고 했는데..
세상 일이란게 그러하듯 이게 또 생각의 실마리가 되어서 이때까지는 몰랐던 '잠'에 대한 단어들이 눈에 띄게 됩
니다.
![]() 꽃잠 | ![]() 꽃잠 | ![]() 풋잠 |
위에서 신랑신부가 자는 첫날밤을 일러 순우리말로 '꽃잠"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꽃'은 장미꽃의 꽃이 아니라 '처음'을 뜻하는 '꽃'입니다. 꼴등의 반대말이 '꽃등'이라고 합니다.
클라이밍으로 따지자면, 선등 또는 퍼스트를 꽃등이라고 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오이나 호박에서 맨처음 열리는 열매를 두고서 꽃다지라고 하죠. 기타등등 꽃과 관련해서 더 읽을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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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잠 : 마음이 염려가 되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하며 자는 잠
EX) 내일 최종 공격을 앞우고서 모든 등반대원은 사로잠을 잔 기색이 역력하다.
갈치잠 : 비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자는 잠. = 칼잠
EX) 산장에는 새해 일출을 보러 온 산행객때문에 갈치잠을 자고 있었다.

개잠 : 개모양으로 팔다리를 오그리고 자는 잠 ex) 개잠을 잤더니 몸이 개운하지가 못하다.
쪽잠 : 짧은 틈을 내어 불편하게 자는 잠

말뚝잠 : 앉은 채로 불편하게 자는 잠

1934년 독일 2차 원정 실패후,초죽음이 되어내려오는 셀파들.
등걸잠 : 옷을 입은 채로 아무 곳에서나 쓰러져 편치 않게 자는 잠.
EX) 그러나 등걸잠에 익달한 그들은 천연스럽게 나란히 누워 주리차게 퍼붓는 밤비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 김유정, 소낙비
한국하고 마나슬루하고 질긴 인연이 있듯이,
독일은 낭가파르바트하고 지독한 인연이 있죠. 에베레스트 원정사중에 최악의 참사를 낳기도 하고..
그네들이 34년 낭가파르바트를 시도할 때, 8000미터 어름에서 결국 후퇴를 하게 됩니다.
지칠때로 지친 그들은 (산소마스크도 없이?) 8000미터 눈밭에서 등걸잠을 잡니다. 자고서 깨어난 사람은 다시 하산하고,
독일 젠틀맨들은 셀파들을 그곳에 내팽겨 둔채 스키를 타고 자기들만 살거라고 내려오기도 하였죠.
이때부터 셀파들은 백인들(원정대)를 깊이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죠.
선잠 : 깊이 들지 못하거나 충분하게 자지 못한 잠

한뎃잠 : 한데에서 자는 잠. Bivouac ex) 젊어 떠돌 때는 무던히도 한뎃잠을 잤지.
새우잠 : 새우처럼 몸을 고부리고 자는 잠 = 개잠(?)
토끼잠 : 토끼처럼 깊이 들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잠깐 자는 잠.

노루잠 : 깊이 들지 못하고 노루처럼 자꾸 놀라 깨는 잠
EX) 밤새도록 텐트를 무너뜨릴 듯한 센바람 때문에 희번하게 밝아 올 무렵에야 얼핏 노루잠을 붙였다,.
노루나 토끼야 겁많은 초시동물이라고 치고, 여우와 관련하여 여우잠이라고 있습니다.
여우비가 햇볕사이에 잠간 비오는 걸 말하고, 여우볕은 비나 눈오는 사이에 잠간 햇살이 드는 걸 말하는걸 보면,
여우잠도 그처럼 잠간 자는 잠, 깊이 들지 못한 잠을 뜻한다고 하네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08929.html
멍석잠 : 너무 피곤하여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는 잠
EX) 하루종일 루트개척하다보니 멍석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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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잠 : 잠이 든지 얼마 안된 옅은 잠. ex) 밤새도록 뒤척거리던 대장은 새벽에 겨우 풋잠이 들었다.
겉잠 : = 헛잠 선잠. 깊이 들지 않은 잠. 자는 체하는 것 ( ^^ 새벽에 출발하기 전에 밥을 해야 하는데.겉잠 든사람은 못깨운다고 하죠..~)
꾀잠 :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
풋잠 겉잠.꾀잠 재미있는 표현들입니다. 한번 들어면 대충 기억이 될 듯 싶은...

1938 아이거 북벽초등에 성공하고 하산해서 동료와 함께.
꿀잠 : 편안하고 기분 좋은 밤 = 단잠
온잠, 통잠 : 계속해서 깨지 않고 온전히 자는 잠. EX) 탈출하느니라 기력을 다한 그들은 움막을 만나 통잠을 잤다.
도둑잠 :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자는 잠 ex) 운전자 옆자석에서 도둑잠을 자면서 설악산으로 향했다.

발칫잠 : 남의 발이 닿는 쪽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
EX) 비좁은 소청산증은 발칫잠 을 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발치'는 누울 때 발이 가는 곳을 말합니다. 여기서 사물의 꼬리나 아래쪽이라는 뜻이 파생되죠. 그래서
ㅁ 먼발치 : 조금 멀리 떨어진 곳 ex) 먼발치로 토왕폭을 보고서는 마음이 달아올랐다.
ㅁ 구름발치 : 구름에 맞닿아 보일만큼 먼 곳 ex) 구름발치에 안나푸르나가 보였다.
ㅁ 산발치 : 산의 아래쪽 ex) 산발치에는 농가가 한채 있다.
cf) ㅁ 어름 : '가운데' ex) 지리산은 전라도와 경상도 어름에 있다.
발편잠 :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을 놓고 편안히 자는 잠. ( 발이 편해야 잠이 잘 오죠. 씻고 자면 잘오고~)
ex) 등반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어 좁은 텐트에서도 발편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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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놓고서 보아도 정말 풍부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센바람이 분다 약한바람이 분다 동쪽바람이 분다. 비와 함께 바람이 분다. 산위에서 바람이 분다.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는 바람이 분다...
라고만 한다면 하루종일 평생토록 우리말을 해야 하는 우리네 삶이 얼마나 초라해질까라는 생각이 얼핏 드네요.
그렇다고 굳이 구석진 곳에 억지로 찾아내어 활용하자는 게 아니라, 잠간만 생각하면 그럴듯한 쉬운 우리말들이라면 활용함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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