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이문세 최고의 여행지란...
기껏해서 0.06도 온도 상승이...
히말라야 8000미터도 예전하고 확연히 달라지고 있나 봅니다.
눈이 많이 사라지고, 낙석이 심해지고, 바위가 노출이 많이 되고....
아래에 그 이야기 하나. 그리고 이문세씨가 생각하는 최고의 여행지. 최악의 여행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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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염소 냄새 풀풀‐ 그래도 좋더라
◆가수 이문세 [최고의 휴가] 히말라야 얄룽캉봉 (조선일보 10 07 22)
사실 제대로 휴가를 떠나 본 적이 없다.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늘 방송을 해왔기 때문이다. 해외 공연 갔을 때 짬짬이 시간 낸 것이 휴가의 전부다.
그러나 2002년, 모든 게 바뀌었다. 어린 시절부터 '베프(베스트 프랜드)'였던 친구와 미국 횡단 여행을 다녀온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과감히 그만두고 한 달간 미국을 돌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가장 길었던 휴가다.
이때 얻은 자신감으로 2004년 '최고의 휴가'를 다녀왔다. 이번엔 등산. 무려 한 달짜리! 히말라야 얄룽캉봉(8505m)의 해발고도 6500m까지 오르는 일이었다.
농담이 문제였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마친 엄홍길 대장이 16좌 완등을 위해 얄룽캉봉을 오른다고 했을 때 만류했다. "14좌 완등했는데, 뭘 굳이 고생해서 더 오르느냐"고. 그러나 엄 대장은 꼿꼿했다. 그래서 말했다. "성공하고 오면 베이스캠프에서 콘서트를 열어주겠노라"고.
물론 엄 대장은 성공했다. 나는 기타 메고 산을 올랐다. 얄룽캉봉은 만만한 산이 아니다. 네팔에서 가장 동쪽에 있어 유독 기후변화가 심한 봉우리다. 예전에 엄 대장과 설악산·한라산·백두대간 종주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홀로 일본 후지산에 올랐던 기억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있는 힘을 다했다.
- ▲ 스포츠조선 제공
내 생애 가장 지저분했을 때가 이때다. 거기선 세수도, 양치도 못한다. 여유도 없거니와 히말라야 여신에 관한 전설 때문이다. 여신은 산에서 씻는 여유를 보이는 이들을 싫어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곳 주민들은 1년에 새해 첫날, 그리고 결혼식 하는 날 이렇게 두 번 씻었다. 그 이외엔 물이 있더라도 씻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겐 양이나 염소 같은 냄새가 난다. 당연히 그런 냄새가 나에게서도 풍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상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다. 어느 순간, 그 냄새가 모두 사라졌다.
그즈음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건. 해발고도 5500m였다. 힘들게 메고 온 기타를 꺼내 들었다. 얄룽캉봉 등정에 성공하고 돌아온 엄홍길 대장 앞에서, '축하 산상 음악회'를 열었다. 아마추어·프로를 통틀어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음악회가 열린 건 처음일 것이다. 굳이 기네스북에 올리진 않았지만, 이 음악회는 '내 마음의 기네스'다.
등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베이스캠프에 올랐더니 욕심이 났다. 더 오르고 싶었다. 사실 산을 오르는 일은 육체의 건강을 위한 일이 아니다. 강행군을 하면 몸이 다 망가진다. 3000m 이상 오르면 뇌 세포도 많이 죽는다. 그럼에도 오른다. "얼마나 더 오르면 밥을 먹을 수 있나." 이런 아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 기대어.
- ▲ 하얗고, 또 하얗다. 가수 이문세는“평생 잊을 수 없을 색깔”이라 했다. 네팔 히말라야 얄룽캉봉. /한국외국어대학교 얄룽캉 원정대 제공
대신 얻는 게 있다. 정신이 건강해진다. 저 아래에서 그토록 어렵고 힘들게 했던 고민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래서 엄 대장을 꼬드겼다. 다시 한 번 나와 오르자고. 그렇게 해서 산상 음악회 다음날, 나는 엄 대장과 함께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1000m 더 높은 6500m 고지에 올랐다.
나중에 들었더니 미친 짓이란다. 정상 등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러 가지로 몸이 최악이란다. 그런데 엄 대장은 산상 음악회를 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나와의 의리를 지켰다.
그렇게 해서 내 생애 다시 없을 6500m 고지를 밟았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진짜 경이로운 히말라야를. 온통 하얀 세상을.
[최악의 휴가] 결혼기념일 지중해 크루즈
이젠 내 인생 최악의 휴가를 말할 차례다. 먼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 다른 이는 최고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
2008년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스페인에서 크루즈를 탔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반도를 다 돌고 오는 2주 여정이었다. 결혼기념일인 만큼 과감하게 거금을 투자했다. 아주 호화스러운 배에서, 푸짐한 세 끼를 먹고, 여유롭게 널따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그런 일정이었다.
그런데 너무 지루하고, 너무 재미가 없었다. 중간 중간 기착지에 내려 여행하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그 일정이 숨 막혔다. 남들은 좋다는데, 나는 꼭 사육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맞지 않았다. 여정이 끝날 무렵, 다시는 이 배를 타지 않겠다 맹세했다. 물론 아내는 이 얘길 들으면 너무 속상해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크루즈를 최고라 생각하고, 히말라야를 최악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난 아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지독한 매연조차 향기로웠고, 주민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좋았고, 엄 대장의 의리가 각인처럼 밴 2004년의 휴가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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