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장이나 바윗길을 개척할 때
볼팅 간격은 항상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촘촘하거나 또는 너무 띄엄띄엄하거나. 볼팅은 바위길의 격을 결정합니다. 아래는 아래는 새로운 암장 개척시 볼팅(Bolting)에 관한 잡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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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산악회 연감을 보면, "2006년에는 국내에 주목할 만한 암장이나 바윗길 개척이 없었다"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기엔 삼성산 BAC 암장이 작년에 주목할 만한 암장 개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BAC 암장에서 지나치게 촘촘한 볼트 간격은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안전"을 중시할려는 의도였겠지만, "촘촘한 볼트"가 곧 안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
등반에서 안전외에도 중시해야 할 가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달 산'지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봔트 산악회의 윤길수씨가 이 문제를 거론했더군요.
http://san.chosun.com/site/dat ··· .html
저도 볼트간격 등의 큰 문제에 공감하기 때문에 군데군데 침소봉대식 논리전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주말 하루 클라이머들에 대한 편견은 많이 아쉽더군요.
일주일 열심히 일하고, 주말 날이 좋기만을 기다려 하루 등반 재미있게 하는 SUNDAY 클라이머들이나
인터넷 산악회들의 행태가 프로 클라이머들이나 주류 산악인들의 등반철학에서 보자면 많이 거슬리나 봅니다.
사실 볼트간격은 바윗길을 개척한 전통있는 산악회내의 회원들 사이에도 논란이 분분하고, 합의가 쉽지 않은 거라는 점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노적봉 뫼우리길이라던가. 그 길을 개척할 때 회원들 사이에서 볼트 간격을 두고 며칠을 격론했다고 하죠.
다시말해 적당한 볼트 간격은 고수들이 결정할 단순한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가치 판단, '규범'의 문제라는 거죠.
게다가 암장개척은 산악회 또는 개인이 전권을 가지고 있을까요? 예전처럼 피치등반길 개척시대에는 그러할지 모르겠지만 대중화된 스포츠 클라이밍 암장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인터넷 시대, 앞으로는 전통의 오프라인 산악회던 급조된 온라인 산악회던 개척에 있어서 볼트간격이나 등반 라인 결정 문제는 개척시대처럼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한때는 '먼저본놈이 임자'였죠. 일단 임자가 되고
나면 그누구도 언터치블(Untouchable)이고...
한가지 가능한 대안을 내어 놓아 봅니다.
책을 번역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처럼, 개척할 때에도 소리소문없이 햄머질 하고서는 짠~ 하고 개척 보고회를 하는 작금의 방식이 아니라
개척할 바위를 정한 다음에 감수를 받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거죠. 감수자는 다양한 클라이밍 스펙트럼에서 중도파여야 하겠죠.
피치등반이나, 릿지길과 달리 비슷한 무브를 연출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암장에서는 아주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 암장은 모든 이들의 암장입니다.
개척할 산악회에서 " 우리가 앞으로 이 바위를 개척할 예정인데, 모월모일에 산악계 고수를 모셔서 볼트를
어디에 박을지 함께 모색해 볼까 합니다..."라고 공지를 올려서 외부인사를 초빙하는 거죠.
개척후 명패를 붙일 때, 감수자의 이름도 함께 올려서 예우를 하고...개척의 영광과 의무는 산악회가 갖고..
아무도 안오면 산악회가 알아서 볼트를 박고, 대신 뒤늦게 투덜대지 말기...
이렇게 하면,
산악회의 한계가 곧 바윗길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쉽게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암장이나 바윗길 개척할 때 간과되고 있는 사실.
볼트간격이나 등반철학보다 더 상위 범주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 화장실 설치 문제입니다.
새하얀 크리넥스 티슈가 분분히 암장 주위를 날아다니는 일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감히" 개척이라고 말해서는 안될거라 생각합니다.
BAC 암장은 이 부분에 있어서 대단히 찬사를 받아야 됩니다.
두번째, 바윗길 이름입니다.
이름이 너무 화려하면, 이름에 걸리게 됩니다.
이름은 물처럼 담백해야하고, 창문처럼 투명해야 합니다.
콜라같은 이름이거나, 색칠을 한 창문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별을 따는 소년들"이나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등의 이름이 과연 잘 지은 이름일까요?
또는 비어나 욕설같은 이름도 제대로 지은 이름일까요
이름이 그냥 이름이 아니다보니, 그 이름에 걸리게 되고 그래서
산행기마다 성명학자처럼 "별을 따는 소년들"이라는 이름풀이가 나오게 됩니다.
예로부터 사람 이름을 너무 화려하게 지어도 안좋고, 개똥이처럼 욕설로 지어도좋지 않다고 합니다.
천화대 릿지, 유선대 릿지 등과 같은 이름은, 의식하면 알게 되고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여여한 그런 담담한 이름이 좋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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