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정주의 등로주의를 넘어선...등뉴스주의....
53년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이끈 존 헌트 경이 쓴 제목이 "The Ascent of Everest"입니다.
애초 이 책의 원제를 The Conquest Of Everest 라고 할려했다가, 에베레스트를 '정복'이라는 말이
가당치 않다고 하여 에베레스트 등정(Ascent)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월간 산 색인표를 보았더니 흥미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74년에 "에베레스트 정복기"라는 제목으로 장기 연재를 했더라고요.
당시 군사정권의 영향인지, 산악인들의 정서가 그러했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처럼 대다수 산악인들이
산에 '정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게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 신문의 일부 기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산을 '정복이라는 표현을 남발해도 너무 무식하다고^^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 격차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좀더 시간이 흐르면 기자뿐 아니라 일반국민에게도 '등정'이라는 표현이 일반화 될까요?
저는 그렇게 쉽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일반국민들에게나 뉴스꺼리가 필요한 기자들에게 산에 대한 관념이 어디서 주로 생길까요?
이땅의 전문 산악잡지? 등로주의? 각 원정 보고서나 산행기?
글쎄요.
저는 엄홍길씨나 박영석씨의 이미지를 결코 넘어설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급기관 단체에서 기업에서 엄홍길씨나 박영석씨를 대중연사로 초청하는 이유가 뭘까요?
IMF, FTA, 무한경쟁의 시대를 헤쳐나갈려면
엄씨나 박씨의 등반에서 "도전과 극복' 이라는 요소가 강조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도전과 극복은 "정복"과 가까운 개념이죠.
엄씨가 아무리 등산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해도 주포인트를 주기가 쉽지 않죠.
심지어 '등로주의' 산악인들이 새로운 길을 낸다고 해도,
뉴스꺼리를 양산하는 기자들은 기사 타이틀을 "세계 최초로 한국인들이......"로 냅니다.
역시 일반 국민들에겐 "더 큰 도전과 극복"과 "애국"이라는 이미지로 전파되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기사나 강연이라 할지라도, 어린이들에겐 왜놈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와 오버랩 되지 않을까요?
어린이들에게 등산이 산이 소외를 받을 우려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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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꺼리'라고 하니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한국산악회에서 실버원정대를 꾸려서 에베레스트를 올랐습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뉴스꺼리가 되었습니다.
대한산악연맹에서 금강산에 길도 내고 북한의 급조된 산악인들에게 장비제공 및 빙벽기술도 알려주고
남북 산악인 합동 등반도 하고 그러는 중입니다.
매번 산악잡지에 기사로 올라오고, 뉴스도 되고...
곧 "통일기원 남북 산악인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꾸려지겠죠.
에베레스트 어느 코스로 오를까요?
단언컨데 노말루트를 (힐러리가 올랐던....그 뭐라더라. 그 코스이겠죠) 택할겁니다.
통일운동에 있어서 등정이 중요하지 등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사고라도 나면? ......쉽게! 등정이 될겁니다.
정상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집니다.
이러한 사실은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 '대한민국만세'가 우렁차게 됩니다.
각급 티브이 신문사에서는 원정대 준비모임부터 뉴스꺼리로 삼아서 몇달을 장식할 겁니다.
"남북의 젊은 산악인들이 떨쳐 일어서서 함께 손을 잡고 통일운동의 선봉에 서서.....결국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눈물을 머금고 울러펴지다....."라는 기사를 받아 적어서 올립니다.
'통일'이라는 딴지를 걸 수 없는 민족의 대과업 완수에 산악계가 앞서서 한다는 대의명분 역시
딴지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산악회의 실버원정대와는 비할 바 없는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겁니다.
중요한 건, 이 때의 파장이라고 함은 "뉴스꺼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일이 옳을까요?
등정주의와 등로주의 논쟁을 보면서, 이 두 주의주장을 아우르는 새로운 주의의 냄새를 맡습니다.
바로 그건 등뉴주의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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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정리되지 않는 입장의 일부입니다.
77년 현역 국회의원이 원정 대장을 맡아 에베레스트 등반을 세계 8번째로 하게 됩니다.
'조국을 위한' 대한민국의 기상을 세계에 알린다는 의도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국민총화의 역할은 있었겠죠. 다들 뿌듯했으니까요.
박영석씨는 그때 뜻이 없는 재수생(또는 고삼)이었는데, 고상돈씨의 카프레이드에 감동을 먹어서
동국대 입학, 산악부 입회를 하였다고 하죠.
"산"에서 조국과 민족의 환영을 떼어 놓는게 등반의 진보이고 알피니즘입니다.
이는 영화도 그러하고 .....그러합니다.
77년 이후로 조국과 민족은 점점 산에서 사라집니다.
요즘은 학교나 산악회의 영광을 기리는 산행도 있지만, 몇명이서 죽이 맞아 자기들끼리 고산 거벽을 가는 시대입니다.
남북합동 등반대를 통일을 지상과제로 삼는 극좌단체나 극우단체에서 추진하는 건 모양새가 납니다.
'산'을 통일의 디딤돌라 삼지 않을 이유가 없으나까요
하지만 정통 알피니즘을 주창하는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건 글쎄요..
<남북 합동 등반대를 반대하는 알피니스트^^로서 가상의 추측기사를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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