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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거리를 걷다가 문득 깜짝 놀랐다. 그리고 슬펐다.
그러다가 군대시절이 떠올랐고
인수봉. 북한산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
한국남자들은 20대 초반, 그 열정적인 한철에 두가지 크다란 모험을 하게 된다.
미팅 즉 여자를 만나는 일과 군대를 가는 일이다.
둘다 미지의 세계, 격량의 세계를 빠져들게 된다는 점에서 신밧드의 모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누구나 간다는 생각으로 그 모험의 격을 스스로 떨어뜨리거나, 다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세계를 놓아 버릴뿐이다. 생각해보라. 첫미팅과 군대가는 날을...
그 시절은 참 바빴다.
구국의 열정^^으로 데모를 일삼아 하는 와중에 어떤 영문인지 미팅의 기회도 줄기차게 많았던 것 같다
주선자가 멤버를 짜지 못해 안달을 하던 것도 드문 기억이 아니다.
아른한 미팅 기억은 주로 신촌과 결부가 된다.
신촌에서 자주 했었을 테다.
미팅횟수만큼 촌놈은 그녀들에게 차였었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떠나버린 버스처럼 커보였다
새로이 미팅을 하러 가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신촌거리를 걸을 때마다, 뒷머리가 간지러웠고
다시 그녀들을 만날 수 있을까, 또는 초라한 내모습을 보일까봐 눈은 긴장했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신촌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었다.
정말이지 어느순간부터 여태껏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다는 것도 못알아 차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나는 아무것에도 설레일 마음의 준비가 없었다.
이 모든것은 정말이지 어느 순간부터였다.
나의 머리를 온통 감싸는 100%가 0으로 무로 변해있었다.
누구였을까?
도대체 내가 그녀들을 만나기나 했을까?
""""""""""""""""""""""""""""""""""""""""
군대 또한 나의 계획과 전적으로 무관하고 매일매일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신밧드와 똑같은 배를 타고 있다.
그런데 그 무궁무진한 놈의 모험이 고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제대를 하는 바람에
모험의 모자도 모르는 여자들에게도 버림받는 신세가 되버렸다.
자기가 백조인줄 모르는 미운오리새끼같은 모험이 되버렸다.
고참이 된다는 사실. 제대를 한다는 사실.
그들은 하나같이 군대 시절을 이렇게 꺼낸다.
"내가 말이야. .....드라마틱한....
내가 말이야...그 추웠을 때....
내가 말이야....슬기롭게...."
엄청난 모험이야기가 초라한 영웅이야기로 변해버린다.
기억나지도 않는 그녀들과의 미팅과는 달리
적어도 이야기꺼리로는 남아 있으나 그건 외로운 허허로운 이야기이다.
도대체 누가 남의 군대이야기를 기억이나 해주던가.
도대체 3년동안 서로 비벼댄 사이인데, 그들이 쏙 빠져버리니...
도대체 누구랑 그런 영웅이야기를 짜었을까?
""""""""""""""""""""""""
인수봉. 북한산.
나를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이또한 부처님의 말씀처럼 " 곧 지나가리라...."
마치 한 때 우리를 불타게 했던 미팅처럼, 군대처럼.
미팅처럼 전적으로 무로 돌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인생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군대처럼 외로운 이야기로 조작하고 싶지도 않다.
다행히 우리는 철없던 20대가 아니라 더 자라버렸다.
보다더 성숙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먼훗날 인수봉을 떠올리고 싶다.
그러나 군대이야기처럼, 어느길어느길어느길어느길을 올랐는데...라고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예전에 저길 올랐는데...
그때 ** 라는 새끼가 있었거든.고향이 **라고 기억이 나는데...참 재미있는 친구였지.
그때가 봄날이었어.
둘이서 오르는데....
원래 클라이밍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둘이서 하는 거거든....
그런걸 자일파트너라고 하는데...
그 친구가....
또다른 친구로 **이 있었는데...
그 친구말로는...
그러고 보니 이 친구도 기억이 나네...
클라이밍.
둘이서 노는 일
언젠가 산을 떠나고,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먼훗날 그 친구들에 관한 푸짐한 이야기로 남아 내내 클라이밍이 이어지길. ..
아름다운 시절.
그 시절 나에겐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을 자일 파트너라고 불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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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설악산(장군봉, 울산바위)에 관한 소설을 쓸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혹자에 의하면, 설악산의 어원이 雪岳 즉 눈처럼 하얀 바위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진부령쪽에서 본 울산바위가 새하얀 색이라서 그렇다고 한 것이 생각납니다.
설악산 릿지를 하거나 할 때면 유달리 하얀 울산바위능선을 떠올리면 그럴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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